이번 익숙한 10호는 요즘 있었던 미술계 뉴스를 엮은 눙이의 에세이를 들고 왔습니다. 좋은 글을 아니지만 가볍게 읽고, 각자의 생각을 남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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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지 마세요.
전시 공간에 들어가면 으레 읽을 수 있는 문구이다. 요즘은 좀 더 부드럽고 완고한 말투로 ‘작품은 눈으로만 감상해 주세요.’라고 붙어있기도 하지만 이미 만지기로 한 사람들에게 듣는 이의 감정을 배려한 부탁은 통할 리 없다. 전시를 처음 의도 그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작품은 원래 그 자리 그 상태로 있어야 한다. 때로는 그 위엄이 싫어 청개구리처럼 작품 동선을 역행해서 보기도 하고 인제책 뒤편에 안 보이는 공간을 응시하기도 했다.
그래도 작품을 만지는 사람이 이해되지는 않았다. 지금도 옳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호기심을 해결하고자 작품에 덥석 손부터 갖다 대는 그 행동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십분 이해해보자면 아마 신기해서 그랬을 것이다. 정교하기도 하고 재료가 대리석이라는데 눈으로 보기에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일종의 착란 현상처럼 느껴지는 작품은 촉감으로 감지하면 분명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은 전시 운영요원이지만 여기서 불거진 문제는 작품에 대한 유지와 보수를 맡는 미술관의 큰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때로는 책임감과 위엄이 사람을 앞설 때가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말하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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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폐허’를 완성한 손
약 3년 전 열렸던 북서울미술관의 전시 2019 타이틀 매치 《미완의 폐허》 2019.06.28.(금). - 09.15.(일)는 운영하는 기간 내내 CCTV를 확인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작가 서현석의 쓰러진 조각을 누군가 다시 세워놓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자본과 스펙터클이 우리 감각을 사로잡는 오늘날, 미술이 유효할 수 있는 조건을 탐색”하려는 방법으로 먼지가 쌓인 폐허가 된 미술관을 담은 VR영상과 텅 빈 전시실, 과거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내레이션 등의 작품을 꾸렸다.
작품 중에는 쓰러진 천사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 천사상이 바로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CCTV를 확인해보니 관람을 온 아버지와 아들이 낑낑대며 작품을 세우는 것을 확인했고, 이 일 이후에도 천사상의 직립은 세 차례나 반복되었다고 한다. 쓰러진 조각이 의도된 설치임을 모르고 좋은 의도로 세웠을 것이다. 40kg짜리 조각을 바로 세우고 손을 털며 뿌듯해했을 그들을 상상하니 인간 존재가 그리고 그 마음이 귀여워졌다. 사건의 내막을 들은 작가도 관람객들의 행동이 바로 퍼포먼스라며 기꺼워했고, 당시 미술관의 운영부장 또한 “폐허가 된 미술관을 일으키는 건 역시 관람객이라는 사실을 은유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 제목처럼 ‘미완의 폐허’를 완벽한 폐허가 되지 못하게 완성한 손은 따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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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도 음주 사고...?
얼마 전 아트페어에 나온 제프 쿤스의 <벌룬 독>이 관람객의 부주의로 산산조각 나는 일이 있었다. 그 깨진 작품을 더 비싸게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왔다니 세상사 예측할 수 없음이 미술계에서는 빈번한 것 같다. 비슷한 일은 호주현대미술관(MCA)에서 개인전을 연 서도호의 작품에도 닥쳤다. 미술관 후원을 위한 나이트 파티가 열렸는데 술에 취한 방문객이 작품에 뛰어들면서 작품 두 점이 손상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살았던 거주 공간을 섬세한 직물로 바느질하여 구현하는 작품의 특성상 꽤 치명적이었을 것 같은데, 미술관 측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박물관 대응은 적절했다”고 반응했다.
미술관의 자세가 제법 고고한 것 같은 착각은 나의 비틀린 심사로 접어두고 눈길을 끈 대목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였다. 보험처리를 할 것, 작품에 손상을 입힌 방문객에게 교육 차원의 훈계를 할 것 등등의 다른 대답이 있었지만. 작품보다 사람을 우선에 둔 대답인 거 같아 썩 마음에 들었다. 전시를 관람하는 매너나 배려는 나름 문화시민을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이지만, 우리가 엄격해지는 만큼 떠받들어 모시는 작품은 더 높이 올라가고 작고 나약한 인간만이 아래에 남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손으로 탄생하고 만들어진 작품의 신화는 인간을 떠나 인간 위에 군림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 이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너그러운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 필요한 순간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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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사>
정상혁, 「이 조각상 제발 일으키지 마세요」, 조선일보, 2019.07.17,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7/2019071700106.html, (2023년 3월 26일 접속).
조상인, 「제프 쿤스 이어…서도호 설치작품 호주 미술관 전시중에 망가져」, 서울경제, 2023.03.02, https://www.sedaily.com/NewsView/29MVBOWLNQ, (2023년 3월 26일 접속).
2023년 3월 26일
목련이 피는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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