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지난 11월에 열렸던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COP 27)에서는 이전까지 강대국들이 인정하지 않았던 무분별한 경제개발로 인한 개발도상국에게 ‘손실과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졌고 보상 기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모든 화석 연료의 사용의 단계적 중단에 대한 논의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로 유지하자는 목표가 의결되었습니다.
COP 27이 진행되는 시기는 세계 각국의 대통령들이 기후위기를 논의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합의하는 자리인 만큼 많은 환경단체들이 더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이 만들어지기를 요구하고자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환경 시위와 다른 점으로는 미술관/박물관에서 시위가 이루어졌다는 것인데요. 기후 시위와 예술이 무슨 관계가 있길래 이들이 미술관과 박물관에 모이게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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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의 우피치 갤러리 시위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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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활동하는 ‘저스트 스탑 오일(Just Stop Oil)’지난 10월 환경단체가 영국왕립예술원(The Royal Academy of Arts)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최후의 만찬 The Last Supper>(1498)에 접착제가 뭍은 손을 액자에 붙이고 영국 정부의 화석 연료의 사용을 막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후 영국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Art)에서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해바라기 Sunflowers>(1887) 작품 앞에서도 같은 형식의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이들은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뿌리고 손바닥에 접착제를 발라 미술관 벽에 자신의 손을 붙이고 지구와 인류를 보호하는 것보다 그림 보호가 더 가치 있는 일인지를 질문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울티마 제네라치오네(Ultima Generazione)’ 환경단체가 우피치 갤러리에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의 <봄 Primavera>(1482) 작품에 접착제로 작품과 자신의 손을 붙이고 ‘울티마 제네라치오네, 노 가스 노 콜'(Last Generation, No Gas, No Coal)’ 배너를 앞에 놓고 석탄과 가스 사용 반대를 주장하고 대중들에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왜 미술관에서 자신의 손을 작품에 붙이고 작품을 훼손하는 걸까요?
유럽 환경 운동가들은 각 정부가 예술 작품 보호에는 막대한 돈과 인력을 할애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비판합니다. 또한 미술관 박물관의 유물 및 예술품을 훼손함으로써 자신들의 시위를 통해 실제로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이목을 끄는 것에 목적이 있음을 언급했는데요. 실제로 미술관과 박물관에서의 환경 시위로 많은 이목을 끌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운동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미술작품에 음식물을 던지거나 접착제로 손을 붙이는 등의 작품을 훼손하는 행위가 환경을 보호하자는 주장과 무슨 연관이 있냐는 비판이었는데요. 훼손하는 작품들이 자연파괴를 행했던 작품도 아니고 아무런 맥락이 없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운동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미술관에서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은 없었던 걸까요? 지금까지 미술관에서 환경에 대한 어떤 논의를 진행해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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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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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의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2021. 6. 8. ~ 2021. 8. 8.) 전시를 일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기후미술관》에서는 가벽, 전시대, 페인트, 시트지, 인쇄물, 잉크까지, 폐기물과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이면지, 모듈형 벽체, 버려진 액자, 중고 노트북 등 재사용과 재활용을 원칙으로 하여 전시를 제작했고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폐기물을 최소화시키고자 하는 미술관의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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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미술관-탄소-프로젝트》(2022.08.19. -2022.10.30)를 통해 현대미술관의 인류세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제가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기존 미술관에서 관람객의 방문 수와 만족도 조사로만 평가되었던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환경적인 평가를 함께 해야 한다는 시각이 논의되었다는 것입니다. 《미술관-탄소-프로젝트》는 환경에 대한 미술관 내부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것들을 관람객과 미술관이 함께 토론해보는 장을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아직은 미술관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이 적극적이기보다는 미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환경 단체의 명작을 훼손하는 방식이 아닌 함께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그리고 미술관은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아직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익숙한365 구성원 만타🐟와 환경과 예술의 관계를 알아봤습니다.
여러분들은 환경과 예술은 어떤 식으로 관계맺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익숙한365와 함께 의견을 나누어 주세요!
[참고자료]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탄소-프로젝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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